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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 일기] 일상에서 벗어난 짧지만 깊은 쉼표
드디어 기다리던 여름 휴가. 해가 길어지고, 바람 속에 묻어나는 열기가 점점 짙어질수록 내 마음은 어느새 여행 가방을 쌌다 풀었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늘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잠시 벗어나,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만큼 소중한 건 없다. 그래서 이번 여름에는 꼭 어딘가로 떠나자고 마음먹었다.
고민 끝에 선택한 곳은 강원도 양양. 푸른 바다와 고요한 산이 공존하는 이곳은 예전부터 나의 ‘버킷리스트’ 여행지 중 하나였다. 많은 이들이 찾는 유명한 관광지라기보다, 내가 진짜 ‘쉬고 싶다’고 느낄 때 떠오르는 그런 장소. 예약한 펜션은 해변에서 도보로 5분 거리. 창문을 열면 파도 소리가 들리는 그 풍경을 상상하며 출발하는 길부터 이미 여행은 시작되고 있었다.
양양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느껴진 건 공기였다. 도시에서 맡는 공기와는 확연히 달랐다. 바닷바람이 실어오는 소금기 섞인 향, 그리고 초록 나무들이 내뿜는 상쾌함. 그 순간, '오길 잘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첫날은 숙소 근처 해변 산책으로 시작했다.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조용히 흐르는 시간을 즐기기만 해도 충분했다. 특별한 액티비티가 없어도 좋았다. 그렇게 모래사장에서 한참을 앉아 있다 보니 어느새 해가 지고, 붉게 물든 하늘 아래에서 하루가 천천히 마무리됐다.
둘째 날은 조금 더 활동적으로 보내기로 했다. 양양에서 유명한 서핑 강습을 신청해서 처음으로 서프보드 위에 올랐다. 쉽지는 않았지만, 파도 위에 잠깐이라도 서 있을 수 있었던 그 짧은 순간이 꽤 짜릿했다. 서핑 후에는 근처 맛집에서 회덮밥과 막걸리 한 잔. 해변에서 바라보는 노을과 함께 먹는 한 끼는 어떤 고급 레스토랑보다 값지고 만족스러웠다.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셋째 날 새벽이었다. 설악산 자락의 한 작은 절에서 새벽 예불 체험을 했는데, 이 경험이 생각보다 깊은 울림을 주었다. 고요한 산사,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이마, 그리고 나를 마주하는 묵직한 고요함. 그렇게 잠시나마 나 자신과 깊게 대화를 나눈 듯한 기분이었다.
휴가는 늘 짧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충전할 수 있었다. 무언가를 특별히 많이 하지 않아도 좋았다. 자연 속에서의 호흡, 낯선 곳에서의 아침, 그리고 느긋한 하루하루가 내게는 충분한 위로가 되었다.
도시로 돌아오는 길, 창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다짐했다. ‘가끔은 이렇게 멈추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걸 잊지 말자.’ 바쁜 일상 속에서도 내 마음 한편에는 이 여름의 파도 소리와,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의 평온함이 오래도록 남아 있기를 바란다.
여러분은 이번 여름, 어디로 떠나고 싶으신가요?
잠깐의 쉼이 때로는 긴 여정보다 더 큰 의미가 될 수도 있어요. 바다든, 산이든, 혹은 그냥 집 앞 공원이든, 나를 위한 시간 한 조각을 꼭 만들어보시길 바라요. 여름은 그렇게, 우리에게 잠깐의 숨을 틔워주는 계절이니까요.
